
2025년 8월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쌀값 하락 시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농민 보호를 위한 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적 문제와 재정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시장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 세금으로 과잉생산을 뒷받침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왜 이 법이 악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아래에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쌀이 남아도 정부가 최고가에 매입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따르면, 일정 기준 이상으로 쌀이 초과 생산될 경우 정부가 해당 물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합니다. 가격이나 수요에 관계없이 무조건 매입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농가는 수요와 무관하게 쌀을 생산해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며, 심지어 판매가 되지 않아도 생산만 하면 정부가 사줍니다.
이 구조는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겠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시장 가격을 무력화시키는 조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한 생산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
문제는 이러한 자동 매입 제도가 장기적으로 농가의 무한 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으며, 대체 곡물 및 다양한 식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만 하면 정부가 최고가로 매입해준다면, 농민들은 굳이 품종을 다양화하거나 농업 구조를 개선할 유인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창고에 쌓여가는 잉여쌀, 처리되지 못한 쌀의 보관 비용 증가, 품질 저하 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재정 부담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따른 재정 부담이 연간 약 5천억 원 수준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평년 수급 기준에 따른 추정일 뿐이며, 기상이변, 수급 불균형, 가격 변동성이 겹칠 경우 수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부담이 전부 국민 세금이라는 점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쌀을 예전만큼 소비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수 농가를 위해 다수 국민이 부담을 지는 구조가 과연 형평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특히 청년층과 도시 거주자는 상대적으로 수혜에서 배제되며, 조세 형평성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통상 마찰 위험도 존재
세계무역기구(WTO)는 농산물 시장의 자유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정부의 자동 매입은 사실상 보조금 성격의 인위적 가격 유지 조치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국제사회에서 무역 분쟁이나 제재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과거 쌀 관세화 협상에서 상당한 유예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 조치는 국제 무역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인식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낳은 포퓰리즘 입법
이번 양곡관리법 통과 과정은 여러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농촌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농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기적 재정건전성과 시장 질서를 희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법률은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되며, 국가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폭락을 방지하고 농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국가 재정을 지속적으로 소진시키며, 세금 부담을 증가시키는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습니다.
생산만 하면 정부가 최고가로 매입해주는 구조는 농가에 단기적인 이익을 줄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자립 기반을 흔들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생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춘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농업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법은 이미 통과되었지만, 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감시와 보완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