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직장인들의 분노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논란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이 지급하는 성과급이나 보너스의 일부를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지급할 수 있게 하자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발의 소식입니다.
노사 합의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사실상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받은 돈을 왜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당장 법안 통과 여부를 떠나,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역화폐 지급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요?
오늘은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화폐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조명해 보겠습니다.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지역화폐의 4가지 단점
지역화폐는 현금과 달리 사용에 명확한 제약이 따릅니다.
생활 속에서 어떤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목록별로 짚어보겠습니다.
- 첫째, 현대인의 쇼핑 패턴과 완벽히 엇갈린 사용처 바쁜 현대인들은 생필품이나 식료품 대부분을 대형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해결합니다. 밤에 주문하고 아침에 받는 쿠팡 로켓배송 같은 서비스가 일상이 된 지 오래죠. 하지만 지역화폐는 이러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나 주요 배달 앱에서 결제가 원천 차단되어 있습니다. 결국 평소라면 쓰지 않았을 오프라인 매장을 억지로 찾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발생합니다.
- 둘째, 생활 반경을 가로막는 엄격한 지역 경계 직장과 주거지, 혹은 가족이 있는 본가의 지역이 다른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 있는 직장을 다녀서 부산 지역화폐로 성과급을 받았는데 주말에 가족들을 보러 김해로 넘어간다면? 김해에서는 부산 지역화폐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생활 반경이 여러 도시에 걸쳐 있는 사람들에게 이 구역 제한은 심각한 소비의 족쇄입니다.
- 셋째,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 지출 납부 불가 실비 보험료, 자동차 보험, 아파트 관리비, 가스비, 전기요금 등 매달 통장에서 무조건 빠져나가는 필수 고정 지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화폐는 금융 상품이나 공과금 납부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내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생활 유지비로는 1원도 보탤 수 없는 셈입니다.
- 넷째, 유효기간의 압박이 부르는 ‘강제 소비’의 함정 지역화폐는 현금과 달리 유효기간이 존재합니다. 기한 내에 소진하지 않으면 돈이 사라지기 때문에, 결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비싼 동네 마트에서 사거나 억지로 외식을 하며 돈을 태워야 하는 ‘강제 소비’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직장인들이 이를 ‘사실상의 임금 삭감’으로 받아들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일까?
단점들을 나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고 불편한 제도를 도대체 왜 만들었으며, 왜 자꾸 기업의 성과급까지 여기에 엮으려고 하는 걸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바로 ‘자본의 지역 외 유출 방지’와 ‘소상공인 살리기’입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풀리는 막대한 성과급이 온라인 쇼핑이나 타 지역, 해외 직구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강제적으로라도 동네 골목 상권에 돈이 돌게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기업이 창출한 이윤이 지역 사회로 떨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적 도구인 셈이죠.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갇힌 20세기 아날로그식 규제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깊은 고찰을 해봐야 합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책임과 부담을 왜 개인의 노동 대가인 ‘임금’을 볼모로 잡아 떠넘겨야 하는 것일까요?
국경마저 허물어지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대에, 개인의 자산을 특정 행정 구역 안에 가두고 소비처를 통제하려는 발상은 21세기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지역 상권을 살리는 것은 상권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특색을 살리는 인프라 지원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열심히 일한 근로자의 정당한 보상을 제한된 쿠폰으로 지급하여 억지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은, 결국 누구도 진심으로 만족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