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에서는 툭하면 대기업이나 성공한 기업인들을 향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요구합니다. “사회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받아 돈을 벌었으니,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듣기에는 참 아름답고 도덕적인 말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주장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공산주의적인 발상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과연 기업은 정말 ‘사회로부터 일방적인 혜택’을 받기만 한 걸까요?
1. 사회가 기업에 혜택을 준다고? 진짜 ‘돈줄’은 기업이다
사람들은 국가가 깔아놓은 도로, 통신망, 치안 등의 인프라 위에서 기업이 돈을 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기업이 내는 막대한 세금(법인세)과, 그 기업이 고용한 수많은 근로자들이 내는 소득세에서 나옵니다. 기업은 혜택을 얌체처럼 받아먹는 수혜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천문학적인 세금을 납부하며 국가 시스템을 굴러가게 만들고 국민을 먹여 살리는 ‘제공자’에 가깝습니다. 이미 세금이라는 법적 의무를 차고 넘치게 다하고 있는 기업에게 “혜택을 받았으니 더 내놓아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2. 회사가 망할 때, 사회는 빚을 갚아주지 않는다
가장 결정적인 모순은 ‘리스크’에 있습니다. 기업이 잘 나가고 돈을 잘 벌 때는 온갖 명분을 들이밀며 ‘사회의 덕’이라고 숟가락을 얹으려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회사가 적자를 내고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그 빚을 갚아줍니까? 절대 아닙니다. 파산의 고통, 직원들의 퇴직금 마련, 어마어마한 부채 등 실패에 대한 100%의 리스크는 오로지 기업과 오너가 홀로 짊어집니다. 실패의 짐은 철저히 혼자 감당하게 두면서, 성공의 열매만 ‘사회의 것’이라며 나누자고 강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3. 기업의 진짜 ‘사회적 책임’은 기부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비자는 냉정합니다. 아무리 기부를 많이 하고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착한 기업’이라도, 제품의 품질이 형편없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면 그 기업은 망합니다.

기업의 가장 위대한 사회적 책임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거창한 도덕이 아닙니다.
- 압도적인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
-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주고, 국가에 세금을 정직하게 내는 것.
이것이 비즈니스의 본질이자 전부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성공한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플러스 알파(+α)’일 뿐, 결코 타인이 강요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 아닙니다.
강요된 선의는 그저 약탈일 뿐
물론 록펠러나 빌 게이츠처럼 천문학적인 부를 스스로 사회에 환원하는 리더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자발적 선택’이었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합법적으로 경쟁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낸 기업에게 그 이상의 희생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기업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태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입니다.